천국의 야생화 #1. 두손 가득 딱지뭉치 피어라

붉은 가로등 불빛 사이를 걸어가다
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멈춰 섰다

어린 누나와 남동생
이 둘은 어둑어둑한 골목 귀퉁이에 꼬옥 붙어 앉아있다

가까이 다가가자
지영이의 소곤거리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
한창 뛰어 놀 꼬맹이들의 놀이치곤 꽤 조용하다
동생에게 벌써 몇번이나 들려준 닳고 닳은 이야기에
서로가 지루할 만도 하다

지영이가 내게 시간을 물었다.
7시 20분.
이미 어둑해진지 오래지만
아직까지 엄마가 돌아올 시간은 되지 않았다.
앞으로 이야기를 세 개는 더 만들어 들려줘야 할 것 같다

우린 서로 사진을 번갈아 가며 찍었다.
새로운 놀이가 생긴 것이다.

풀죽어 있던 동생도 다시 신이 났다.

내가 친구처럼 느껴졌는지
지영이는 그제야 자신의 손목을 내보여준다.

"조금 다쳤어요.."

12살 소녀를 사이에 두고
한 쪽은 딱지 뭉치, 다른 한 쪽은 상처..
아아..


지영이는 헤어지는 길목까지 따라 나왔다.

"어디로 가세요?"

작은 꼬맹이가 쉽게 던진 질문에 난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있다..
꼬맹이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.
난 이 아이들을 떠나 어디를 급히 가려하는 걸까? ..

사진/글 : 이요셉
구성/편집 : 김세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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